대한축구협회는 2월 27일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위르겐 클린스만을 선임했다. 클린스만 감독과의 계약은 2026년 북중미 월드컵 본선까지 약 3년 6개월 정도이다. 많은 사람들이 클린스만 감독이 선임된 것에 대해 우려스러운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국가대표축구 대표팀이 보여준 성적과 파울루 벤투 코칭 스텝의 뚝심 있는 철학이 많은 축구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보다 높은 평가를 받는 해외 팀을 상대로 움츠려있는 수비 축구가 아닌, 우리만의 축구를 했다는 것이 2022년뿐만 아니라 앞으로 국가대표팀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대부분의 팬들은 파울루 벤투의 철학과 비슷하거나 현대 축구의 흐름에 가까운 감독을 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위르겐 클린스만이 최근에 감독으로서 보여준 모습은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감독으로서 위르겐 클린스만
선수로서 위르겐 클린스만은 엄청난 선수였다. 1981년 데뷔해 타고난 유연성과 순발력으로 모든 면에서 훌륭했던 전천후 스트라이커였다. 월드컵 통산 11골로 역대 6위, A매치 108경기 47골, 1990년 피파 월드컵에서는 주전으로 독일을 우승으로 이끌기도 했다. 그가 거쳐간 팀은 바이에른 뮌헨, 슈투트가르트, 토트넘 등이 있으며 특히 1994~1995 시즌에는 강등권이었던 토트넘으로 임대를 와 잔류의 큰 공을 세웠다. 하지만 지도자로서는 평이 조금 갈린다. 실질적이고 세세한 전술이 부족하다는 말이 많다. 독일의 레전드 수비수인 '필립 람'은 본인 자서전에 '우리는 사살상 클린스만 밑에서 체력 달련을 했을 뿐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전술은 코칭은 수석코치였던 '요아힘 뢰브'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건 이미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요아힘 뢰브'는 2018 월드컵 독일전 때 독일 감독이었던 사람이다. 전적으로 전술관련해서 수석코치에게 일임하는 매니지먼트, 관리형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축구팬들이 이런 스타일을 선호하지 않는 이유는 '슈틸리케'라는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 또한 매니지먼트, 관리형 감독으로 작년 국가대표팀을 이끌었던 파울루 벤투 '사단'과 는 큰 차이가 있다. 현재 '알렉산더 누리'가 전술 전담 코치로 온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그 또한 많은 의문 부호를 가진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축구팬들이 가장 우려스러워하는 부분은 최근에 감독으로 경험이 없다는 것이다. 2020년 헤르타 BSC를 이후로 감독 생활을 하지 않았는데, 헤르타를 그만 둘 때도 갑작스럽게 온라인으로 감독직을 내려놓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고 한다.
어이없는 대한축구협회의 기자회견
28년 마이클 뮐러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의 기자회견이 더 불을 지폈다. 당초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우리가 2022년 카타르에서 보여줬던 모습을 이어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클린스만은 전적으로 매니지먼트, 관리에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고, 축구에는 전술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답변도 했다. 여러 번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우리는 많은 감독 교체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2022년 벤투호는 최장기 외국인 감독으로서 월드컵을 준비했다. 중간에 우여곡절도 많고 사퇴의 압력도 많이 받았지만 2022년 월드컵이 끝난 이후 모두가 벤투호의 선택과 성공에 기뻐했다. 그리고 축구국가대표팀이 월드컵을 어떻게 준비해야 되는지 그리고 철학과 방향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꼈다. 팀의 스타일과 철학을 조금이나마 유지하는 것이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으로 이어지는 또 다른 황금세대에 혼란을 덜어주는 일이 아니었을까? 물론 클린스만 감독의 전술과 철학은 직접 열어봐야 아는 것이지만, 협회의 기자회견을 들어보면 다시 0에서 시작하는 기분이 드는 건 지워낼 수가 없다.
이왕 이렇게 된거 '차두리'가 국대 코치를 맡아줬으면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전술가보단 관리형에 가까운 것이 확실해 보인다. 그러면 같이 함께하는 훌륭한 코치진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 조차 보이지 않는다. 파울루 벤투가 처음 부임했을 때 그나마 높은 평가를 받았던 건 그가 갖춘 코치진이었다. 당시 김판곤 기술위원장도 확고한 철학과 더불어 잘 갖춰진 코치진이 있다는 점이 감독선발에 높은 점수를 줬다고 했다. 이후 선수들의 인터뷰에도 코치진들의 세부화된 훈련 및 계획이 매우 긍정적이다는 평가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제일 걱정인 것은 현재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들이다. 선수들에게 필요한 건 동기부여가 아니라 현대 축구에 맞은 철학과 스타일 일 것이다. 처음부터 기강 잡는다고 손흥민 명단 제외 시키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미국 대표팀 때, 팀의 간판인 '도노번'을 제외시킨 걸 보면 어이없는 예상도 아니다. 이럴 때 일수도 선수와 새 감독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역할을 하거나 만일에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차두리' 전 오산고 감독이다. 아르센 벵거, 위르겐 클린스만, 알베르토 자케로니, 파리드 몬드라곤 등과 함께 2022년 카타르 기술 연구 그룹에 포함되어 월드컵 경기들의 데이티를 수집하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곳에서 클린스만에게 대한축구협회와의 다리를 나줬다는 루머가 돌기도 했고 코치진으로 합류할 것이라는 이야기 또한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걸 떠나 클린스만으로 국가대표 감독이 확정된 가운데 한국인 코치로는 차두리 만한 사람이 없다. 일단 독일어가 능통한 것은 큰 장점이다. 2016~2018년 국가대표팀 코치 경력도 있어 일을 수행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감독으로서 경험은 FC 서울의 유스팀인 U-18 오산고 감독이 전부이지만 당시 팀을 무패 우승으로 이끌기고 했고, 구단의 높은 평가와 신뢰를 한 몸에 받았으며 현재는 유스강화실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프로 및 국대 감독이 되기 위한 P급 라이선스에도 선발되어 착실히 지도자 수업을 받으며 준수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한국의 축구영웅들이 소방수로 소비되는 일도 또 발생하면 안되지만 본프레레에서 홍명보, 슈틸리케에서 신태용 사태를 생각하면 불안한 건 사실이지만 그나마 클린스만호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혹여나 실패를 하더라도 가장 좋은 선택지가 아닐까?